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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9 2019. 2 로고

예술인복지뉴스

사업 복지 사업 한걸음 더

프랑스 예술인 복지기관 탐방
2편: 문화활동 및 공연예술전국노조연합
(FNSAC CGT Spectacle)

2019. 2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 복지의 범주 안에서 논의되고 실행되어야 하는 과제와 전략들을 모색하고자 지난 2018년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예술인 복지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실무책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윤영달 이사장, 경영지원팀 김석진 팀장, 불공정행위 신고·상담센터 이정미 노무사가 함께했다. 프랑스 예술인 복지기관 방문 성과와 기록은 총 4회에 걸쳐 〈예술인〉에 연재된다. 정리: 경영지원팀 김석진 팀장, 불공정행위 신고·상담센터 이정미 노무사
현지 섭외·통역·자문: 박지은 박사(Doctorat international en museologie, mediation, patrimoine)

예술가로서 신고와 납부의 의무를 다할 때 권리가 주어집니다
문화활동 및 공연예술전국노조연합(FNSAC CGT Spectacle, Federation Nationale des Syndicats du Spectacle de l'Audio visuel et de l'Action Culturelle - Confederation du travail )
  • 문화활동 및 공연예술전국노조연합

계약을 통해 임금을 지급받는 공연예술인들의 노동조합 연맹으로, 정책적·정치적 활동을 하는 기구이다. 모두 9개 공연예술인 노조, 약 8,000명이 가입되어 있는 공연예술가노동조합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국가상공업협회(ASSEDIC Association pour l'emploi dans l'industrie et le commerce), 사용자단체(MEDEF), 공연예술고용자연합 등을 협상 대상자로 하며, 공연예술인의 실업급여 분담요율 및 급여금액 등을 협상하고 이들의 보호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인터뷰에는 공연예술노동조합 사무총장인 드니 그라부이(Denis Gravouil)와 지미 슈만(Jimmy Shuman) 프랑스 공연예술가노동조합 대표가 참여했다.

문화활동 및 공연예술전국노조연합(이하 노조연합)의 구성이 궁금합니다. 어떤 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나요?

노조연합은 개별 예술인 조합원이 직접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직종별 예술계 노동조합들의 연합(연맹)으로 총 9개의 예술인 노조가 가입되어 있습니다. 예술인 인원으로 보면 약 8,000명이 되는데, 노조연합에는 음악가노조, 영화기술자노조, 공연예술배우노조 등이 가입되어 있고 이들은 계약 관계를 통해 피고용 형태를 띤 예술가들의 단체입니다. 그러나 피고용 형태가 아닌(Non salarie) 예술인 노조도 노조연합에 가입되어 있으며, 조형예술가노조와 극작가노조 2개가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예술인을 위한 기관 또는 단체가 여럿 있는데 그 중 노조연합의 역할은 어떻게 되나요.

앞서 방문하고 오신 예술가의집(La Maison des Artistes)이 예술인들에게 행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관이라면 노조연합은 정책적 활동과 정치적 운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노조연합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국가상공업협회(ASSEDIC Association pour l'emploi dans l'industrie et le commerce), 사용자단체(MEDEF), 공연예술고용자연합 등을 협상 대상자로 하여 공연예술인의 실업급여 분담요율 및 급여금액 등을 협상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실업급여 등 예술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역사적 배경과 그 과정에서의 노조연합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우선 프랑스 사회보장제도의 역사를 설명해 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1945년, 나치에 대항했던 레지스탕스와 꼬뮈니스트 등이 모여 ‘모든 사람들,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라는 정신으로 ‘즐거운 나날들(le jours heureux)'을 결성하고, 임신, 질병, 산재로부터 프랑스 국민들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실업급여도 여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업급여가 처음 도입되던 1958년 당시에는 3개월 일하면 2년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실업이 거의 없던 경제적 상태였습니다. 1964년에 최초로 ‘특수성’을 부여한 형태의 실업급여 프로그램이 생겼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앵떼르미땅 스펙터클(l'Intermittent du Spectacle)의 시작입니다.

특수성을 부여하게 된 배경과 대상은 이렇습니다. 초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주요 요건 중 하나가 3개월 연속 근무를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3개월 연속 근무 조건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바로 영화기술스태프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영화 촬영 등의 근무가 연속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노동자들과 동일한 방식으로는 실업급여 신청 요건을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직군의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실업급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고 1969년 공연예술인 전체로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복지제도가 자리를 잡는 과정이 정부 기관의 일방적인 정책수립이 아니라 장르별 예술인들의 연대를 중심으로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대변하여 소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노조연합은 예술인들의 권리 주장의 창구를 조직화하고 정치적으로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면 프랑스 예술인 실업급여제도가 사회 전체 실업급여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때부터 처음부터 포함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네요.

예술인 실업급여는 처음부터 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직업군과 공연예술인의 직업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변형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실업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서 12개월 동안 507시간 이상 일한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왜 507시간일까요.

이것을 설명하려면 실업급여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초기에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3개월 연속 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3개월 동안 주당 약 40시간씩 일한다고 가정하면 총 근무 시간이 대략 510시간 정도로 계산됩니다. 여기에서 507시간 기준이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경제가 나빠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보험 예산이 많이 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실업급여 요건을 3개월 연속 근무에서 4개월 연속 근무로 강화했습니다. 공연예술인들은 이 당시 우리들에게는 과도한 요건이라고 주장하고 투쟁하면서 이 507시간을 지켜냈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공연예술인들이 4개월 연속 근무를 했는지 확인하는 데 드는 행정비용이 수급 요건 강화를 통해 얻는 예산 절감액보다 큰 것으로 예측된 것이죠.

이제 곧 예술인 고용보험을 도입하게 될 한국에서는 실업급여 혜택을 받기 위한 근로시간 요건과 창작활동 범위를 어디까지 근로로 볼 것인가 논의 중입니다. 예술인들에게 창작활동을 하는 시간이 월평균 몇 시간 정도 되시는지 물을 때가 있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24시간 매일’이라고 답하시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작품을 구상하거나 아이디어 또는 소재를 찾기 위해 여행을 하거나 하는 시간도 그럼 이 507시간에 포함될 수 있을까요. 또 근로의 범위는 어떻게 규정하나요.

근로시간과 근로의 범위에 대한 모든 것은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계약서에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이 정확히 기재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연을 위해 연습시간이 필요한 경우 인정될 수 있는 기준들이 세세하게 계약서에 들어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조형예술인들은 실업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에 대한 이의나 불만은 없나요?

프랑스는 예술가의 형태를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고용관계가 있느냐, 아니면 저작권을 통한 이윤이 발생하느냐. 고용된 형태로 근로를 하다가 계약이 끝나면 고용관계가 끊기는 경우 우리는 근로자로 간주합니다. 물론 지금 유럽에서는 피고용인 내지 자영업자로서의 지위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규정할 수 없는 노동’, 이를테면 우버 택시기사 등과 같은 근로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큰 이슈입니다. 프랑스에서도 조형예술인들에 대한 실업급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기는 합니다만,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특별기금(또는 금고)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끝까지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별도의 직군을 위한 특별제도를 만든다면 다른 사회영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조형예술인들은 실업급여 분담금을 함께 납부할 수 있는 고용주가 없기 때문에 실업급여 제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분담금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고용주와 공연예술인들은 실업급여를 위해 분담금을 얼마 정도 납부하나요.

고용주에게 8~9%, 공연예술인에게 3.9% 실업급여 분담금 납부 의무가 주어집니다. 프랑스에서 고용주는 실업급여 분담금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회보장 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고용주(사용자)가 한 명의 공연예술인 출연료로 100유로를 지급하려면, 전체 분담금을 포함해 총 147유로를 지출해야 합니다.

실업급여 재원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프랑스 실업급여 재원에는 국고가 투입되지 않습니다. 국고 없이 고용주와 근로자의 실업급여 분담금으로만 충당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 꾸준하게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프랑스 공연예술인들도 이러한 절차가 있나요.

예술인은 항상 구직의 기회를 찾고 있는 자입니다. 따라서 구직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감시하거나 통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 2003년, 공연예술인 실업급여 요건 강화에 반대하면서 아비뇽페스티벌을 취소하고 전국 동맹파업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만 그 당시에도 제기되었고 현재에도 계속해서 나오는 이야기는 실업급여 재정 악화입니다. 노조연합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프랑스 현 정부의 정책이 예술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 9월 새로운 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아주 나쁜 법이고요. 쉬운 해고가 가능하고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노동관련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실업급여와 관련한 부분을 조금 더 설명해 드리면, 정부가 전체 실업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을 먼저 책정해놓습니다. 실제 실업급여 지급에 필요한 추가 예산은 고용주와 피고용자가 협의를 통해 분담금 (상향) 조정을 통해 채워나가도록 하는 겁니다. 결국 예술인들은 정부와 고용주단체 2개의 협상 대상자들과 논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고용주와 예술인이 납부한 실업급여 분담금이 국가상공업협회(ASSEDIC)의 보험기금으로 바로 모였는데 그중 일부를 세금의 형태로 정부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변형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거죠. 그래서 노조연합은 조만간 공연예술인뿐 아니라 프랑스 근로자들이 연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을 추진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니 그라부이 사무총장의 예고대로 프랑스에서는 실제로 이들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유류세 인상 및 정부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노란조끼운동’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