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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뉴스

기획 예술인과 건강

예술인과 마음 건강

2018. 1
조현섭 교수(총신대 교수, 심리학 박사, 차기한국심리학회 회장,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심리상담 사업 운영위원장)

4년 전부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을 시작한 지 어언 30여 년이 지났지만 예술인은 여전히 좀 어렵다. 일단 예술인들은 일반인들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물론 이러한 차이들이 예술을 하게 하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을 매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예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예술인은 일반인과 비교해서 다소 더 예민하고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우울하고 불안한 특징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요즈음 공황장애가 증가하고 있기도 하고, 우울증에 대해서도 많이들 이야기한다. 우울증은 마음고생이 심하고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위험성도 있어서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하는데, 특히 일반적인 우울과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우울하다는 감정을 겪어보았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우울과 병적인 우울은 분명히 다르다.

그래프

병적인 우울에서는 우울한 기분의 강도가 훨씬 강하고 다양한 우울 증상이 동반된다. 자신은 무능하고 열등하며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확고하며,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와 의욕, 활력도가 현격히 감소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서 보통 6개월 이상 지속된다. 특히, 좌절 요인에서 과도한 우울로 나타나는데 사소한 다툼이나 학교 성적이 떨어지거나 업무 부진 등 좌절 상황이 닥치면 심각한 슬픔과 자책감에 빠져 의욕을 잃고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예술인과 우울

예술인의 경우, 그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한층 우울증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우선 예술인은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도 원하는 만큼 그때그때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그런 것에서 오는 결핍이 우울을 부른다. 또한, 예술인은 경제적인 걱정이 크다. 유난히 빈부격차가 큰 분야가 예술이고, 예술인 대부분은 예술활동만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만한 돈을 벌기 힘들다. 벌더라도 정기적인 일을 할 수 없어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불안하게 이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예술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예술인은 평생 평가받고 경쟁하는 구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보통은 겪지 않아도 될 비난과 비교를 당하는 일상에서 자존감을 지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불편해하거나 피할 수도 없다.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합리화하게 되고 이런 상황들은 마음의 상처로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국제적인 진단 기준을 소개한다. 다음 9개 증상 중 5개 이상의 증상이 거의 매일 연속적으로 2주 이상 나타나며, 선택한 5개의 증상 중에 1번과 2번을 하나 이상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기준이다. 지금 직접 이어지는 내용을 확인해보고, 진단 기준에 해당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더 정밀한 검사를 통해 우울 수준을 평가하고,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을 때는 상담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우울증 진단 기준 다음 9개 증상 중 5개 이상, 선택한 5개 중 1, 2번을 포함
1.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이 주관적 보고나 객관적 관찰을 통해 나타난다.
2.거의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같이 뚜렷하게 저하되어 있다.
3.체중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저한 체중감소나 체증증가가 나타난다. 또는 현저한 식욕감소나 증가가 거의 매일 나타난다.
4.거의 매일 불면이나 과다수면이 나타난다.
5.거의 매일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를 나타낸다. 즉, 안절부절못하거나 축 처져 있는 느낌이 주관적으로 경험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서도 관찰된다.
6.거의 매일 피로감이나 활력 상실을 나타낸다.
7.거의 매일 무가치감이나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낀다.
8.거의 매일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이 주관적 호소나 관찰에서 나타난다.
9.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이나 특정한 계획 없이 반복적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이나 자살 시도를 하거나 자살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다.

우울증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정신건강 문제(불안, 강박, 공황장애, 성격 문제, 정신증 등), 대인관계 어려움, 경제문제, 생애 위기 사건(이혼, 퇴직, 가족의 사망, 신체적인 건강문제 등), 진로와 직장 문제, 부부나 가족 문제, 자기 이해와 자아 성장 등과 관련한 고민이 있다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심리상담센터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음 건강이 걱정된다면 예술인 심리상담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 건강도 예술인에게는 중요한 문제이다.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예술인의 작업 특성상, 많은 예술인이 ‘창작의 고통’에 시달린다. 이러한 예술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불균형 외에도 활동 과정에서 겪는 불합리한 상황이나 불공정 행위, 경제적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예술인이 많다. 그러나 심리상담 비용에 대한 부담과 타인이 내 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선뜻 심리상담을 받으러 가기 어려운 예술인이 많다. 이런 예술인들을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전국 31개(2017년 기준)의 전문심리상담기관을 예술인 심리상담기관으로 위촉하여 개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한다면 개인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12회까지 무료로 심리검사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개인 심리상담이 부담스럽다면 재단에서 기획한 집단상담 프로그램인 예술인 힐링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2017년에는 긍정적 마음과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예술인 마음치유캠프와 예술인 숲치유 캠프, 나와 타인의 성격유형을 탐색하는 지피지기, 마음챙김과 명상을 통한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문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업 1팀 counseling@kaw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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