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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뉴스

칼럼 황승흠 교수

예술인 복지법 2차 개정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201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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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은 예술인 복지법 2차 개정 법률이 시행되는 날이다. 2011년에 처음 만들어진 예술인 복지법은 5년 만에 두 번의 개정을 하였다. 이번 2차 개정은 2013년 말 1차 개정의 연장선으로, 문화예술사업자의 불공정한 행위로부터 예술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예술인이 문화예술활동을 위해 맺는 계약은 반드시 서면계약으로 하도록 하는 것과 1차 개정 때 도입된 금지행위 제도를 불공정행위 제도로 개편하고 보완한 것이다.

계약서를 작성해야 할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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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복지법 2차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예술인이 문화예술활동을 위해서 맺는 계약은 반드시 서면계약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제 서면계약 의무와 불공정행위 제도라는 쌍두마차가 예술인의 권익 보호의 축이 될 것이다.
서면계약이란 쉽게 말해 계약서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서를 쓴다는 것은 계약서에 내용을 적고, 계약의 당사자가 서명·날인한 다음 이 계약서를 서로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주고받으려면 계약서를 적어도 2부는 작성해야 하며, 사인 혹은 도장을 찍는다는 의미의 서명·날인은 주고받는 계약서 모두에 있어야 한다.

왜 법에서는 계약서를 쓰라는 것일까? 계약의 내용이 문서로 되어 있으면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내용이 명확하게 남아 있어 다툼의 소지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말로 하는 계약은 서로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데, 나중에 상대방이 다른 소리를 하면 반박할 증거가 없다.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받는 예술인 사례의 상당수가 계약 내용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분명하게 하면 불합리한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고, 불합리한 계약을 했더라도 이것이 문서로 남아있다면 예술인 복지법의 불공정행위 제도의 도움을 받기가 더 쉽다. 예컨대 불공정한 계약 조항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정명령으로 삭제하거나 변경하려면, 계약 내용이 명시된 문서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또한, 예술인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권리를 보호받고자 할 때도 서면계약서가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문화예술 용역에 관한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개정 법률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중요한 점은 과태료를 부과받는 쪽은 문화예술사업자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예술인이 문화예술용역 계약에서 문화예술사업자와 대등한 관계라고 하기 어렵고, 서면계약 의무화는 사회적 약자인 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예술인은 법적 책임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 없이 서면계약이 되지 않은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해도 계약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말로 하는 계약, 즉 구두계약도 계약은 계약이다. 계약서를 쓰지 않은 이유로 해서 문화예술사업자가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해도 구두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일 구두계약이 불합리하다면 예술인은 이 계약을 불공정행위로 신고할 수 있다.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사항

개정 예술인 복지법에서는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서에 적어야 할 사항을 정하고 있다. 계약 금액, 계약 기간·갱신·변경 및 해지에 관한 사항, 계약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 업무·과업의 내용, 시간과 장소 등 용역의 범위에 관한 사항, 수익의 배분에 관한 사항, 분쟁해결에 관한 사항 등 여섯 가지가 그것이다. 이를 하나하나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는 계약을 맺는다면 어떤 내용으로 해야 하는가를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법에서 정한 사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인이 문화예술사업자와 일하게 된다면 어떤 내용의 계약을 맺을지 생각해 보자. 먼저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정해져야 한다. 예술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일을 어디에서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가 분명해져야 한다. 그리고 예술인이 문화예술용역을 제공했으니 당연히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정당한 대가는 대개 금전적인 보상으로 이루어지므로, 얼마를 받을 것인지가 계약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이 흥행하고 나서 수익을 배분받을 수도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계약 내용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예술인의 입장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받을 것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여 계약서에 담아야 하며, 이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계약을 맺지 않아야 한다. 간혹 어떤 일을 할 것인가는 명확하게 했는데,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그 대가로 얼마를 언제까지 받을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일은 해 주었는데 대가를 받는 것이 차일피일 미루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에 이외에도 예술인 복지법에서는 반드시 계약서에 적어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보통 일이 끝나고 계약금액을 받으면 계약서의 효력이 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없으면 계약이 그대로 지속될 수도 있다. 혹은 계약 기간이 끝나도 계약의 효력을 자동으로 연장한다는 식의 조항이 있을 수 있다. 계약의 기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야 예술인이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계약의 해지에 관한 사항도 계약서에 반드시 있어야 할 사항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계약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효력을 다하게 된다. 그런데 계약 도중에 계약의 효력을 끝내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계약의 해지는 계약 도중에 계약을 끝내는 것인 만큼 어떤 경우에 해지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사업자가 예술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가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끝내면 예술인이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 계약을 끝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해야 한다.

법에는 계약당사자의 권리의무관계를 명시하라고 되어 있는데,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가장 중요한 권리의무관계란 어떤 일을 하는가, 이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받는가이다. 이외에 추가적인 권리의무관계 사항이 있다. 분쟁해결에 관한 사항은 계약 내용에 대해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법원에서 소송으로 할지 아니면 법원이 아닌 데에서 조정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대체로 법원의 소송이 확실하기는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조정은 짧은 기간에 싼 비용으로 할 수 있지만 양 당사자가 합의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사실 예술인의 입장에서 계약 내용의 기본적인 사항을 챙기기도 쉽지는 않다. 더구나 법에서 정한 사항까지 모두 챙기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내 권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챙기고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 이것이 문화예술사업자의 불공정행위로부터 보호받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공정행위 시정명령의 실효성 확보 칼럼 이미지

예술인 복지법 1차 개정에서는 예술인의 권익증진을 위해 문화예술사업자의 불공정한 행위로부터 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한 금지행위 제도를 도입하였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행위를 바로 잡겠다는 금지행위 제도는 획기적인 예술인의 보호장치임에는 분명하지만, 금지행위라는 말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2차 개정 예술인 복지법에서는 이 제도의 이름을 불공정행위 제도로 바꾸었다. 제도의 이름이 바뀐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것의 의미는 단순한 개명 이상이다. 불공정행위라는 것이 금지행위라는 것보다는 제도의 실체를 더욱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공정행위 제도는 예술인의 관점에서 더 직관적으로 그리고 쉽게 이해된다. 불공정행위로의 개명을 계기로 제도 확산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이번 2차 개정에서 중요한 것은 불공정행위의 실효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예술인 복지법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불공정행위를 한 문화예술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문화예술사업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과태료만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과태료 액수도 문제이지만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업자에게 과태료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번 개정 법률에서는 시정명령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사업자가 시정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재정 지원을 중단하거나 배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술인 복지법에서 정한 재정지원에는 영화발전기금 지원,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또는 한국벤처투자조합의 투자, 그밖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있다. 즉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하는 재정지원이 거의 망라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단’이란 이미 받고 있는 재정지원을 중단한다는 의미이며, ‘배제’는 신규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재정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예술계의 현실을 볼 때 정부의 재정지원을 중지하는 방안은 문화예술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따르도록 하는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불공정행위 제도가 예술인을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데 보다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정부재정 지원 중지는 2차 개정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는 5월 4일 이후에 내려진 시정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 적용된다.

  • 황승흠 교수 ·국민대 법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문화예술공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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