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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0

202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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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수현
예술인복지위원회
공정예술생태소위원회
위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복지제도 개선을 위한 자문을 구하고 예술현장과의 소통을 통한 협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예술인복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술인복지위원회는 정책현장소통소위원회, 공정예술생태소위원회, 예술인생활안정소위원회, 사회보험확대소위원회까지 총 4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소위원회는 정책전문가 및 현장 예술인을 포함하여, 예술인복지에 있어 선제적으로 이슈를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 나가는 예술계 불공정

- 불공정에 대한 개선은 없었다

2012년 11월 18일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되었지만, 2021년 지금까지도 예술인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줄어들지 않았다. 가장 최근 접한 불공정 사례는 이러했다. 모 학원에서 작곡가 지망생들이 만든 음악을 학원 강사가 편취하고, 기업에 음악을 판매한 후 이득을 취한 것이다. ‘기회’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진 불공정행위였다.

해당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했지만, 나와 동료 작가들은 ‘이제야’ 하는 말이 나왔다. 업계는 다르지만 유사한 착취 사례가 모든 예술계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 문화예술인에게 강요된 현실

현재 20대 후반의 웹툰 작가인 나 또한 위 사례와 다르지 않은 일을 겪었다. 20대 초반, 스승인 작가에게 ‘열정페이’를 강요당했음에도 그 착취가 ‘경험’과 ‘교육’이라는 생각에 감사하며 일했다. 그렇다면 불공정은 사회초년생만의 일인가? 실상은 프로작가가 된 뒤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인에게 계약서는 생소한 용어로 가득하다. 그렇게 ‘모르고’ 도장을 찍는다. 어느 정도 경력이 생기면 불공정임을 ‘알지만’ 생계를 위해 도장을 찍는다. 알든 모르든 당할 수밖에 없는 루트가 완성된 것이다.

이것은 비단 웹툰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많은 업계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은 각자의 특수성이 반영된 불공정을 겪는다. 사람들은 이러한 예술계에 ‘왜?’라는 의문을 품지만, 정작 예술계 종사자들은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불공정을 견디고 있다.

- 공공기관이 가지는 한계

동료 예술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종종 재단에 대한 불만을 접한다. 사실 예술인이 공공기관에 가지는 불신·불만에는 이유가 있다. 재단이 공공기관이라는 한계와 법을 뛰어 넘으며 진행되는, ‘시대를 앞서 나가는’ 예술계 불공정 간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웹툰계의 사례를 말하고자 한다. 작가는 주간 연재시스템을 위해서 비축(save) 원고를 쌓아두는데 그 원고가 일정 이상 쌓일 때까진 계약도 하지 않고, 원고료(MG)도 지급하지 않는 업체들이 있다. 작가는 ‘론칭 전에 꼭 계약서 써드릴게요’라는 희망 고문에 대출까지 받아가며 지시를 받아 일하지만 후에 업체가 계약을 거부하더라도 방법은 없다. 이러한 사례는 매우 까다로워진다. 이런 불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의 〈예술인 V 신문고〉는 계약서가 없을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의 경우는 특히나 열악하다. 대부분 프리랜서라는 지위를 가진 문화예술인들은 성폭력 구제가 힘들다. 재단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여러 가지 지원체계가 있지만, 가해자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 안은 부족하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문제만은 아니다. 모 기관은 위험을 감수하고 가해자의 지원사업을 제한했지만 후에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따라 공공기관의 처리가 부당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가해자에게 배상해야 했던 사례도 존재한다. 심지어 피해자의 편에 섰던 기관과 피해자가 나란히 가해자의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있다.

- 개인의 노력보다 정부의 책임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예술인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해결책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다. 그 사실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이 되기도 한다. 재단에서 좌절될 경우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예방교육전문 강사로 일한 지 약 3년, 예술인복지위원회 공정예술생태소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지 1년이 되어간다. 그 시간 동안 마주한 재단은 한국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대표적 기관이지만 많은 지원업무를 맡는 것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좁은 사무실에 빼곡하게 들어앉은 책상에 각 팀 사이 통로는 두 명이 지나가는 것조차 버겁다. 그러한 상황에서 2020년부터 재단의 예산은 약 2배가 증가했다. 대부분 예술인 지원에 대한 예산이었다. 직원의 수는 그대로지만 업무는 두 배가 된 것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재단은 매번 문화예술인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업계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왔고 지역 예술 활성화, 성폭력 피해자 조력, 예술인 인권 보호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예술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하지만 개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파기되었던 「예술인권리보장법」이 통과되었다면 재단은 예술인에 대한 권리 침해 행위를 처벌할 근거를 가지게 되며, 많은 불공정 사례를 직접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술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제도적 장치는 현 정부가 원하는 ‘사람이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예술계는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불공정 속에서, 더는 ‘나중’이 되고 싶지 않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술인들을 보호할 법안을 만들고, 재단이 맡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장기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리고 시대를 앞서는 불공정 속에서 우리가 한줄기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