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문화정책과
예술가 지원 및 앵떼르미떵 제도 개혁의 방향
2017. 7
만 39세의 나이로 프랑스 대통령직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다양한 측면에서 프랑스 정치 판도에 개혁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35세에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이래 최연소 프랑스 지도자로 일컬어지는 마크롱 정부는 내각 구성을 완료하여 문화부 장관도 지명된 상태이나 향후 적용될 새로운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크롱은 이미 선거 캠페인 동안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개괄적인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마크롱은 문화를 현재 우리가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근본적 요소로 규정한다. 개인적으로도 현재의 본인을 만든 것은 바로 문학과 음악이며 내가 태어나 자라온 곳으로부터 나를 꺼내어 더 큰 세계로, 더 큰 차원으로 변화시키고 성장시킨 것이 문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프랑스가 문화재와 문화기관, 예술작품의 수준, 창작활동의 활력, 문화예술축제 등 문화예술 관련 분야의 우수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우수한 문화예술의 토양이 훌륭한 문화정책들과 결합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었음을 강조했다.
프랑스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마크롱은 대선 캠페인 중 “프랑스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는 어떤 획일화된 개념의 프랑스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문화의 발전은 큰 강물에 여러 지류가 합류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즉, 어떤 협소한 국가적 정체성으로 규정되는 문화주의(Culturalisme)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며, 그 틀을 넘어서 다른 문화의 유입을 받아들이고 환영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적이라 일컬어지는 섬세한 상상력, 즉 프랑스 문화라는 집단적 모험(Aventure Collective)의 여정에 이민자나 타국의 문화가 맞닿으며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풍성하게 된다고 보았다.
한편, 마크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온 프랑스 문화가 오늘날 그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지적한다. 너무 많은 시민이 문화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적 사막’이 존재하며, 디지털 변혁은 작품과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쉽게 만들지만 창작과 미디어의 영역을 전복시키고 예술창작과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인내심 있게 마련해 온 조직 체계들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아동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문제에 방점을 두는데, 아이들을 집에만 있게 하고 문화적 접근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범죄(Crime)’라고까지 규정하며 문화적 접근성을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했다. 그리고 프랑스에 만연한 문화적 불평등이라는 불의를 국가가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캠페인 기간에 발표된 마크롱의 문화예술정책 공약을 보면, 문화예술 접근성 증대(100%의 아동, 즉 모든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합창, 연극 등 단체로 하는 예술활동 계획, 작품·작가들과의 만남 등 최소한 한 가지의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하며 이를 위해 문화부가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특히 교육부와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일할 것을 권고), 18세 청소년을 위한 500유로 문화패스 발급(박물관, 극장, 영화관, 콘서트, 도서, 음악 구입 등에 사용 가능), 공공 도서관 저녁·일요일 개방 등이 있다.
이처럼 마크롱은 문화예술정책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또한 민간 영역의 지원과 역할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문화재의 복원과 유지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위해 대대적이고 홍보적인 성격의 메세나 활동을, 프랑스 전역에서 순회공연을 할 수 있도록 공립극장과 사립극장의 파트너십을 장려하고 있다. 광고 등 시청각에 관한 규정을 단순화하여 해당 영역 발전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해당 분야 발전을 위한 사립과 공립 영역의 협력을 강조했다. 더불어 마크롱은 기존 문화에 책정, 배분된 예산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면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문화정책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선 캠프 기간을 포함한 여러 인터뷰를 살펴보면 마크롱은 문화예술 분야 중에서도 특히 문학에 매우 큰 애정과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규모 출판사 악트 쉬드(Actes Sud)의 사장인 프랑수아즈 니센을 새 문화부 장관에 임명한 것 역시 문학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관심의 반영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아버지가 만든 출판사를 이어서 경영해 온 니센은 문화계의 존경받는 인물로 그의 문화부 장관 지명은 문화예술계에서 환영받고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문학 분야와 관련된 새 정권의 문화정책 공약이나 매체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기반 시설 지원에 중점을 두고 우선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 도서관의 저녁, 일요일 개방 등이 그 예인데, 이는 협소한 개념의 문학이라기보다는 확장적 개념으로 파악된다. 마크롱은 문학과 밀접하게 관련된 연극 분야 역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 개인사지만, 고등학교 프랑스어 교사였던 부인과의 만남이 연극반 활동에서의 희극작업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문학 기반의 연극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정책 대표 공약으로 예술가들과 창작 활동에 대한 지원을 명시아직 구체적인 문화정책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나, 마크롱은 문화정책의 대표 공약으로 예술가들과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을 명시했다. 공연과 문화재의 공급이 넘쳐나고 이것이 디지털 기술과 더불어 변혁적으로 발전하는 상황이며, 변화하는 세계 안에서 문화 다양성을 보존할 필요성에 부합하기 위하여 현재 운영되고 있는 창작지원제도의 모델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다영역적 성격의 예술가 기본교육, 예술학교 간의 기본과목, 국제적 이동 등에 관련한 정책 역시 재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공동제작하는 공연을 늘려 공연예술의 보급을 장려하고 영화와 새로운 형태의 시청각 작업의 지원을 조율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의 의미를 강조하는 문화예술정책도 수립된다. 예술가, 큐레이터, 전시기획자들이 자유롭게 유럽에서 이동하며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문화 에라스무스(Erasmus)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예술창작의 발전을 위해 단순히 예술가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창작과 그 전파에 관련된 직업군을 함께 지원함으로써 예술창작환경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예술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예술가 저작권 보호 정책을 개발하고, 작가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유럽적 환경 구축을 위한 협상과 노력에 힘쓸 예정이다.
마크롱은 다양한 예술가 지원 정책 중에서도 보다 직접적으로 공연예술 종사자를 위한 고용보험 제도인 앵떼르미떵 제도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기본적으로 프랑스 문화정책의 대표적인 예술가 지원 장치인 공연 앵떼르미떵 제도를 지지하며 이를 영속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2년 전에 이루어진 공연 앵떼르미떵 제도의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 자체를 또다시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프랑스가 진정한 창조의 조건과 모든 도시의 문화적 생동감의 조건을 간직하는데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들 중의 하나임을 강조하며, 앵떼르미떵 제도는 실업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문화 창작의 생태계를 부흥시키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제도에서 더 나아가 임신 중인 여성의 앵떼르미떵 지위 등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앵떼르미떵의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또한, 페르미떵(실제로는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신고만 비정규직으로 하는 가짜 앵떼르미떵)의 남발을 지양하고 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장려하고자 한다.
한편, 기본적으로는 앵떼르미떵 제도를 유지하고 영구화하기로 약속했지만, 제도를 보다 적절하게 변화시키고자 하는데, 예를 들어 앵떼르미떵 예술가들이 학교 범주의 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다. 앞으로 발표될 구체적인 문화예술정책들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현 정권은 예술가 지위와 보호를 강조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기본방침으로 확실하게 천명한 상태이다.
참고문헌
en-marche.fr/emmanuel-macron/le-programme/culture
www.huffingtonpost.fr/romain-blachier/6-prejuges-sur-le-programme-demmanuel-macron_a_22058317/
www.leparisien.fr/elections/presidentielle/exclusif-videos-emmanuel-macron-presider-ce-n-est-pas-gouverner-12-04-2017-6846822.php
www.franceculture.fr/emissions/le-journal-de-la-culture/emmanuel-macron-et-la-culture-le-programme-et-le-concert-du
cultureveille.fr/emmanuel-macron-et-la-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