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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년 차에 접어드는 예술인 역량강화 지원사업은 2021년부터 신진예술인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재원, 임수영, 주성진 멘토를 만나 멘토링 과정에서 느낀 점과 역량강화 지원사업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재원 : 안녕하세요. 전주에서 지역 문제를 문화예술로 해결하기 위한 기획을 하고 있는 문화예술기획자 이재원입니다. 지역 예술, 지역 예술가가 처한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2019년에 실패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재도전을 응원하기 위한 ‘실패박람회in전주’를 기획하면서 300여 명의 지역 예술가를 만난 적이 있어요. 이후 다양한 예술가를 더 만나고 싶었던 차에 멘토링 프로그램이란 기회가 있어서 ‘기획서 작성법’의 멘토로 참여했습니다.
임수영 : 국제 교류 중심의 동시대 미술작품 전시를 기획하는 독립 큐레이터이자 미술사학자 임수영입니다. 큐레이터 입장에서 새로운 작가, 특히 신진예술인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흔쾌히 참여했습니다. ‘포트폴리오 작성법’의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주성진 : 공공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덜 공공스럽게 뒤집으려는 문화기획자 주성진입니다. 2021년부터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공스러운 사람’을 지양하는데요. ‘공공스러운 사람’이란 서류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 자기 취향은 지운 채 행정 시스템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예술인들조차 공공과 일하다 보면 이런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진예술인이 자기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자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 이재원 멘토
이재원 : 저희 조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연극배우, 시인, 화가 등 다양한 예술인 10명이 모였는데요. 공통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전시나 공연을 기획하는 방법과 지원사업에 유효한 기획서 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쉽게도 지원사업이나 기획서는 유형마다 쓰는 방법이 다르기에 일일이 가르쳐드릴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사소한 이야기에서 기획의 씨앗을 발견하고, 그 씨앗을 기획 배경, 목표 등으로 연결 짓고 확장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1차 멘토링에서는 자신이 함께하고 싶은 신진예술인을 찾아보고,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의 시간은 발표한 내용을 기획서로 구체화해 보고 피드백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기획은 관찰과 호기심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관찰과 발견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주성진 : 기획서를 써본 경험이 적을수록 100점짜리 기획서 작성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원사업이 원하는 정답을 쓰려고 애쓰는 동안 자기 이야기를 담지 못하고요. 그래서 저는 예술인들이 자기 고유의 개성과 이야기를 찾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집중하였습니다. 이렇게 도출된 아이디어를 전시나 프로젝트로 구체화하기 위한 의견 교환을 진행했고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방안을 궁리하는 시간이 되도록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임수영 : 저희 조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20대분들로 구성되었어요. 대부분 대학교를 갓 졸업하거나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분들이어서 포트폴리오 작성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사례와 피드백 중심으로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국내외 신진, 중견 예술인들의 포트폴리오 10가지 사례를 보여드리고 각각의 특징과 장점을 말씀드렸어요. 자기 작업 성향과 특징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전해드리고자 했고요. 그 후 자기 작업 성향과 맞는 사례를 직접 분석하는 과제와 함께 수정 보완을 거친 포트폴리오를 함께 보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임수영 : 우연히 보러 간 전시에서 멘티였던 예술인을 만난 적이 있어요. 전시장의 작가님과 해당 멘티가 서로 인사하도록 연결했는데요. 원로예술인과 신진예술인이 예술이라는 공통분모로 세대를 가로질러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고 저 역시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넘어 예술이라는 현장에서 큐레이터와 작가로 동등하게 만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이재원 : “연결 활동이 중요하다. 관심 있는 곳에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 자기 작업을 어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이야기하시라” 제가 신진예술인 분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에요. 저 역시도 신진예술인들이 관심을 갖는 회사와 연결될 수 있게 노력도 하고요. 그 결과 2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서 보람이 큽니다.
주성진 : 다양한 예술인을 만나서 함께 고민을 나누었던 모든 시간이 기억에 남아요. 저에게도 신진예술인 분들에게도 서로 좋은 인연이자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생각하고요.
▲ 임수영 멘토
임수영 : ‘포트폴리오’는 예술인과 예술인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일 뿐이고, 이를 통해 많은 고민과 질문을 공유하고 나누는 게 멘토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질문이나 생각이든 함께 듣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이재원 : 미술, 음악, 문학,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서로 만나서 자기 자신도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의 취향, 성향, 장점, 단점을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이 탄생할 수 있고요. 서로 만나고, 연결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이 모든 연결 과정이 곧 예술인 역량강화일 것이고요.
주성진 : 2021년부터 사업에 참여하면서 멘토와 멘티가 꾸준히 늘어나고 신진예술인의 니즈에 맞게 멘토들이 배치되고, 참여 작가의 연령이나 장르 등이 다양해지면서 예술인 사이의 관계망이 더 넓게 확장되는 걸 지켜보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인 사이에 협업이 이뤄지거나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신진예술인들에게 이러한 관계망이 만들어질 기회가 생각보다 없었구나, 새삼 느꼈어요. 그리고 예술인 역량강화 지원사업이 정보나 관계망 등 신진예술인들이 소외되기 쉬운 인프라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예술인 역량강화 지원사업은 예술가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게 해주는 적극적인 예술인 복지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 주성진 멘토
이재원 : 멘토링 프로그램의 마지막 시간인 2박 3일 네트워크 캠프에서 즐거운 연대의 경험을 마음껏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임수영 : 많은 예술인을 만나서 궁금했던 질문을 던지고 자기의 이야기와 작업 이야기를 마음껏 자유롭게 해보길 바랍니다.
주성진 : 네트워크 캠프를 맘껏 즐겨 주세요! 네트워크 캠프는 코로나 팬데믹이 잠잠해지면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고 싶다는 요구가 많아 작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요.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참여자들이 엄청 울었어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그런 것 같아요. 서로의 고통과 아픔을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서로를 응원했거든요. 작년 캠프에서 만든 온라인 채팅방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서 서로 근황을 알리고 전시, 작업 소식도 올리는데요. 올해도 그런 좋은 인연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욕심을 내본다면 멘티였던 분들이 나중에는 멘토가 되어서 이 자리에 오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