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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9

202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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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예술인을 위한 마음돌봄 지침서 《예술인 옆 상담실》 사용법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사업 10주년을 맞아 예술인 마음돌봄 지침서 《예술인 옆 상담실》(전 6권)을 발간했다. 2023년에 출판한 예술인 심리상담 사례집 《내 마음의 꽃이 피었습니다》의 상담사례와 지난 10년간의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 경험을 토대로 예술인들이 많이 겪고 있는 마음의 어려움을 6가지로 정리하여 유형별로 적용해볼 수 있는 자조 기술을 소개하는 지침서다.




무기력, 우울, 공황, 트라우마, 대인관계 등 크게 다섯 가지의 심리적 어려움을 설명하고 실제 심리상담에서 활용하는 방법과 원리 등을 안내하여 예술인 스스로 마음을 돌보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마지막 6번째 책에서는 예술인 모두가 챙기면 좋을 ‘마음챙김’ 기술도 제시한다. 이 책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안내한다.





“친구들은 모두 공모전에도 작품을 내고 열심히 활동하는데 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제가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 겨우 마음먹고 책상 앞에 앉아 작업을 시작해도 집중이 너무 힘이 듭니다.”

PART 1 무기력에서 탈출하기

무기력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번아웃이다. 이루기 힘든 이상적인 목표를 세우고 완벽을 기하려고 쉬지 않고 달리던 예술인은 긴장감과 불편감 속에 에너지를 쓰다가 결국 신체적·정신적으로 소진되고 만다.

또 다른 이유는 자존감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다른 직업의 경제적·사회적 수준이나 친구, 부모, 가족의 기대 수준에 맞추지 못하면서 비교를 통해 요동치는 마음으로 무기력해지게 된다.


이런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술에는 ‘연속선상에 놓기’가 있다. 이 심리적 기술은 절망감을 줄이고 내 변화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도와 내 삶을 내가 통제한다는 느낌을 주는 데 효과적이다. 행동을 연속선상에 놓고 척도화해 봄으로써 쉽게 부정적 사고를 하게 되는 흑백논리나 극단적 사고에 빠져드는 것을 피하게 한다.


‘연속선상에 놓기’의 한 예로 나의 행동을 살펴보자. 나의 시도와 행동에 대해 0부터 100까지 점수를 매겨본다.




이러한 방식으로 감정이나 어떤 시도(예를 들어 산책)가 감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척도화 할 수 있다. 산책하기 전 무기력 점수가 70점이었다면 산책하고 난 후에는 50점이었다는 식이다.

이 외에도 지침서에서는 ‘즐거운 활동 계획하기’, ‘하루에 3개의 목표 설정하기’나 ‘긍정적인 말로 단언하기’ 등 다양한 심리적 기술과 그 효과 등을 안내하고 있다.



"10년 넘게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마감을 어긴 적이 없는데 예전에는 하루면 했을 작업이 사나흘이 걸려요. 작업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지하철을 기다릴 때면… 갑자기 안 좋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PART 2 우울 다스리기

부정적인 사고를 하여 우울해지는지, 우울해서 부정적이 되는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정신의학자 아론 벡(Aron Beck)은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작용하는 사고와 감정을 분리하자고 한다. 우울한 기분을 부채질하는 사고과정을 정확히 찾아내서 부정적인 사고를 변화하면 우울하다는 기분도 평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우울한 사람은 자기, 세상,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밝혀냈다. 스트레스 상황 자체가 우울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해석하는 부정적인 사고가 우울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다음은 우울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인지적 왜곡의 경우들이다.




지침서는 이러한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저 ‘자동적 사고에 대해 질문하기’를 제안한다. 자동적 사고는 반사반응처럼 빠르게 떠올랐다가 휙 스쳐가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 생각이다. 어떤 촉발사건을 경험할 때 강한 감정을 느끼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들로 ‘어차피 이 일은 해도 잘 안될 거야’,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거야. 운이 나빠’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는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 지침서에서는 이런 자동적 사고를 식별하고 평가하고 적응적으로 반응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거나 압박감을 느끼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면서 숨이 막혀요. 가슴도 찌르듯이 아프고…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요."

PART 3 공황 극복하기

공황이란 갑자기 발병하여 몇 분이면 정점에 달하는, ‘곧 죽을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을 말한다. 공황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그러나 뚜렷하게 증상을 경험하기 전에도 우리 뇌는 경고신호를 보낸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불면, 무기력감, 이유 없이 슬퍼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극심한 경쟁 속에 스스로를 혹사하고, 때로는 너무 많은 일을 해서 압박감, 스트레스 누적, 이별이나 상실의 고통, 무절제한 생활태도, 지나친 음주·흡연 등 공황을 초래하는 원인은 정말로 다양하다.


〈공황 증상 체크리스트〉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위험을 감지하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출하여 다양한 신체증상이 발현되는데 공황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위험한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일이 많다. ‘죽을지도 몰라’, ‘쓰러지고 말 거야’ 이런 재앙적 사고는 불안을 상승시켜 신체 증상을 악화시킨다. 지침서는 이런 부정적 혼잣말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혼잣말로 바꾸는 연습과 과호흡에 도움이 되는 복식호흡, 근육 이완 훈련 등을 안내한다.



"여름이 싫어요. 지긋지긋한 불면증이 더 심해지니까요. 잠을 자야 다음날 일하러 나가는데 잘 수가 없어요. 그 일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저 말고도 더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견뎌야죠…."

PART 4 트라우마 이겨내기

트라우마가 무서운 것은 끊임없이 과거의 상처가 현재로 침습해 온다는 점이다.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와 같다고 보는 정신의학자도 있다. 성에 관련한 폭력, 가까운 사람의 자살이나 죽음, 친밀한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폭력·사고·이혼 등이 트라우마를 남기는 사건들이며,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한다는 것은 과거를 현재와 분리시키고 외상 때문에 생긴 자기보호적 방어와 고통스러운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침서에서는 트라우마에 노출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신호 13가지로 ▲무력감과 절망 ▲불충분하다는 느낌(‘아직도 멀었어,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하지 않아.’) ▲과잉 각성 ▲창의성 상실 ▲복잡성 수용 불능(‘그래서 뭐가 옳은 거야? 옳고 그름을 구분해줘.’) ▲만성피로 ▲피해의식 ▲죄책감 ▲두려움 ▲무공감과 무감각 ▲분노와 냉소 ▲중독 ▲과장 등을 꼽고, 각각의 위험신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 기술과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안내한다. 또한 전략적 수용하기(strategic acception), 자신의 고통을 의식하고 위로하는 자애명상(Loving-Kindness medication, LKM) 등의 실천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성격이 그래서 어떻게 성공하겠느냐고 어릴 때부터 엄마가 그랬어요. 협업 파트의 동료가 얼마 전에 농담처럼 그런 말을 했는데 그때는 그냥 웃고 말았어요. 그렇지만 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일을 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PART 5 대인관계에서 편안해지기

대인관계에서의 큰 갈등이나 상처, 관계에서의 심리적 위축과 자신감 부족은 일에 대한 성취감과 유능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이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방은 어떤 사람인가 계속 추론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는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지각할까에 대한 암묵적인 지각을 메타지각(metaperception)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론은 실제 상대방의 느낌이나 생각과는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잘못 추론하고 판단한 대인관계에서의 메타지각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불편감을 주어 서로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심리적 고통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지침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메타지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소개하고 솔직하게 ‘주장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실천방법과 함께 대인관계의 개선에 대한 저항을 누르고 대인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PART 6 잘 존재하기 위해 마음챙김하기

《잘 존재하기 위해 마음챙김하기》는 아직은 심리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예술인들이라도 꼭 읽어봄직한 지침서다. 직업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과 높은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라도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지치고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무가치하다고 생각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런 불안함과 복잡한 생각들, 과거의 일들에 매여 자꾸만 불안의 악순환에 빠질 때 필요한 것이 ‘마음챙김’이기 때문이다.

마음챙김이란 감정, 생각, 그리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의도적으로 현재 이 순간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할 때는 오로지 작업에만, 동료들과 대화할 때는 대화에 집중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집안일을 하며 현재에 머무는 것이다. 마음챙김 수련은 너무 과도한 생각과 복잡한 생각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기억력, 집중력, 수행능력을 높여주고 인지적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더 행복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게 도와준다.


많은 사람이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동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그 예술작품을 만든 예술인들을 바라보며 노력하고 있다. 이번 지침서가 예술활동을 하며 힘들고 지칠 때 예술인의 곁에서 마음돌봄의 가이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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