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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파주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 2박 3일의 예술인 역량강화 지원사업 네트워크 캠프가 열렸다. 이번 캠프는 올해 진행된 신진예술인 멘토링 프로그램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예술가 ‘신진’씨의 슬기로운 창작 생활’이라는 주제로 마련되었다.
토론, 네트워크 파티, 함께하는 취미생활, 과제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예술인들은 각자의 고민과 두려움을 넘어 예술 활동을 지속하려면 ‘동료’ 예술인들과의 건강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예술인〉이 따라가 본 네트워크 캠프 첫날 풍경을 소개한다.
8월 30일 금요일, 전국 각지에서 신진예술인들 60명과 9명의 멘토가 모였다. 시각,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분야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예술인들은 온라인에서 진행된 3차례 멘토링 후 처음 대면하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어색함 없이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멘토링에 참여하며 포기했던 음악을 다시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음악가 김지연 씨는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예술인들을 만나고 싶어 캠프에 참여했다”며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예술인을 만나 커뮤니티를 만들고, 특히 음악 분야 동료들과 재밌는 협업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멘토링 과정에서 경험 많은 예술인들과의 의견 교류를 통해 새로운 작업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는 사진작가 이규도 씨는 “네트워크 캠프에서 더 많은 동료 예술인을 만나 또 다른 발견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3일 동안 최대한 다양한 예술인의 생각을 듣고 싶고, 이를 기반으로 작업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캠프장에 도착한 이들은 가볍게 친목 도모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서로의 얼굴을 익힌 후 캠프 첫날의 핵심 프로그램인 토론에 들어갔다. ‘대중성과 예술성은 서로 다른 일일까?’, ‘여성 예술가로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다른 예술가는 어떻게 만나고 함께할 수 있을까?’ 등 9개의 토론 주제를 두고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었다.
주제별로 멘토가 배정되었으며, 예술인들은 관심 있는 주제의 테이블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했다. 가장 많은 예술인들이 관심을 보인 주제는 ‘창작 생활은 어떻게 계속할 수 있을까?’와 ‘안정적인 전업 예술가는 언제 할 수 있을까?’로 신진예술인 역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큼을 알 수 있었다. 경제적인 불안 때문에 예술 활동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회화 작가, 늦은 나이에 활동을 시작해서 불안한 시인, 돈이 되는 작업과 작품으로서의 작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각 예술인 등 다양한 예술인이 저마다 진솔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은퇴 후 늦은 나이에 등단한 최병용 시인은 “시인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는데 멘토와 동료 예술인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니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시를 계속 쓸지 말지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시란 무엇이고 그 시를 어떻게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려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토론 후 저녁식사에 이은 네트워크 파티에선 ‘자기소개 60초’ 프로그램을 통해 캠프를 참여하게 된 계기와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민 등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 프로그램이 예술인들이 서로의 특성과 잠재력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짜여졌다면, 둘째 날은 예술인들이 공통의 관심사와 취향 등에 맞춰 서로를 응원하고 협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커뮤니티 활동을 계획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 모임이 한시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후속 활동을 응원할 계획이다. 네트워크 캠프에서 시작된 작은 커뮤니티들이 신진예술인들의 지속가능한 창작 활동에 건강한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과 사진_박지수 예술인 (blog.naver.com/seefeeleatlove)
무더운 8월의 끝자락,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관하는 신진예술인 역량강화 네트워크 캠프에 다녀왔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의 권리 보호, 예술활동준비 지원, 직업역량 강화 등 예술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곳이다.
신진예술인이 ‘안정적인’ 예술활동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최근 들어 창작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캠프가 건강한 자기계발의 기회도 되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는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 같아 참여를 결정했다. ‘신진예술인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했다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사실, 신진이라고 하기엔 30대 중반이란 나이가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도착하고 보니 50대, 60대의 예술인들도 있었고, 젊은 나이에 활동을 시작해 예술인으로서 잘 자리를 잡은, ‘신진’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재능 넘치는 작가들까지 그 면면이 다양했다.
▲ 신진예술인들의 포트폴리오 전시
평소 궁금해했던 파주 ‘지지향’의 지혜의 숲 공간에서 캠프가 열렸는데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네트워킹 활동으로 캠프가 시작되었다. 한 달 동안 온라인으로 만나던 멘토와 처음으로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어 반가웠다.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신진예술인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빠져 있다 보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여러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는데 비평 경험이 풍부한 큐레이터와 기획자들이 부족하거나 업그레이드해야 할 부분들을 적확한 단어들로 짚어줬다. 또 다양한 매체의 작가들이 모여 새로운 방향에 대해 논의할 수 있고, 여기서 맺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커뮤니티 게더링 프로그램을 후속 지원도 해준다고 한다. 예술인들을 위한 중구난방 지원 시스템에 지쳐 있었다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현실적인 인력과 지원으로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이 되어주는 느낌이었다.
'예술가'라는 직업은 생각이 늙으면 안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 옆에는 5살 아이를 둔 엄마이자 그림책 작가도 있었고, 평생을 제주도에서 살아온 작가, 일본에서 건너와 한국 근현대 건축만 촬영하는 작가도 있었다. 이들의 인생과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들으면서 예술인 간의 교류를 통해 더 성장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 9개의 테이블에서 진행된 주제토론과 고민들
2박3일 일정 동안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은 신진작가로서 느끼는 고민을 가감 없이 털어놓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9가지 주제 테이블이 있어 평소 고민해온 문제들의 테이블들을 돌아다니며 얘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속에서 혼자서 끙끙 앓기만 했던 이야기들을 처음으로 꺼내보았다.
‘여성 예술가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와 ‘창작생활은 어떻게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테이블에 참여했는데 굉장히 다양한 의견과 해결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의 작가들은 단숨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보였다. 더 이상 혼자 외로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신진예술인들의 니즈에 잘 맞춰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지지향’이라는 멋스런 공간과 맛있는 밥과 간식이 준비되었던 출장뷔페 등 재단의 세심한 배려에도 감사한다. 신진예술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차별이나 불의도 많이 겪는데, 오랜만에 좋은 취지로 기획된 캠프에 참여할 수 있어 기분 좋았다. 마지막 날 단체사진 촬영 또한 기억에 남는데, 공공기관의 결과보고서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 것치고는 정말 재밌게 촬영했다. 작가라면 포즈가 평범하면 안 된다고 호통(?)치시던 사진작가님의 열정과 팀마다 포즈 대항을 펼쳤던 것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혼자 힘으로는 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과 예술인들의 교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 2박3일의 신진예술인 역량강화 캠프. 여기서 끝이 아니라 여기서 만난 팀원들과의 후속 모임도 지원해준다니 이 얼마나 좋은가. 함께 멘토링을 받은 예술인들과 인연을 이어가며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