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예술인 고용보험(엥떼르미땅) 협상 결과
2016. 7프랑스의 엥떼르미땅(intermittents du spectacle)은 공연 및 영상분야에 종사하는 예술인 및 기술지원 인력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 실업보험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예술인은 일반 실업보험 체계로 편입되며, 관련 협약의 부칙 8항(스태프)과 부칙 10항(예술가)으로 인해 특별 지위가 유지되어 일반근로자보다 유연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는 피고용자와 고용주가 함께 기여금을 내고 조성하는 연대 공제 형태를 띠고 있다. 엥떼르미땅도 마찬가지로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수혜 당사자들이 공제 개념으로 납부한 사회기여금(cotisation)을 통해 조성한 예산으로 이루어지며, 제도의 운영도 노사의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엥떼르미땅은 프랑스 예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도이지만, 제도로 인한 재정손실이 문제가 되어 2003년도에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진 바 있다. 기존에는 예술가들이 12개월 동안 507시간 이상 일을 하면 실업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피보험기간 기준시간을 10.5개월에 507시간(예술가) 및 10개월에 507시간(스태프)으로 축소하고, 최대 수급기간을 12개월에서 8개월로 단축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공연예술가들이 반발하여 아비뇽 페스티벌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3년 개혁 이후 강화된 형태로 제도가 운영되었으나 재정 손실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엥떼르미땅의 지위만 더욱 불안정해졌다. 이에 엥떼르미땅 측에서는 12개월에 507시간인 초기 모델로 돌아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고, 2016년 4월 28일, 오랜 기간 동안 진통을 겪어 오던 엥떼르미땅 제도 개혁의 합의안이 도출되었다.
예술계와 경제계의 합의의 결과로 엥떼르미땅 피보험기간 기준시간 12개월에 507시간이 회복되었다. 단, 제도의 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포함하며, 이에 더해 프랑스 정부는 공연 엥떼르미땅을 위한 ‘고용지원 펀드’를 설립하여 9천만 유로 수준의 재정지원을 할 예정이다.
박지은, 연대의식을 기반으로 한 예술가의 사회적 권리 찾기 〈들음 3호〉 바로가기 연극인이 몸으로 직접 겪은 ‘엥떼르미땅’: 프랑스 비정규 공연예술인을 위한 실업보상제도 〈들음 3호〉 바로가기
엥떼르미땅 제도란?
‘엥떼르미땅’이 뭐냐면, 공연예술인을 위한 일종의 실업보상제도예요. 공연과 공연 사이에 수입이 없는 동안 실업보상금도 제공하고 배우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취업 상담이나 재교육을 해주는 제도죠. 예술가 입장에서 ‘엥떼르미땅’의 혜택을 받으려면 체계적인 절차를 밟아서 정부 기관에 등록된 단체와의 계약 서류를 제출해야 해요. 단체는 협회(Association)에 등록되어 있어야 하는데, 시나 구에 가서 단체 등록 신청을 하고, 공연 분야의 연극 관련 기관에도 등록 신청을 또 해야 해요. 예술가가 단체와 계약을 하고 나면 계약서와 지급내역서를 가지고 ‘상공업고용촉진협회(ASSEDIC)’에 가요. 가서 지금 이 단체와 계약을 했다고 알려요. 공연이 끝나면 ‘취업청(Pole Emploi)’에 가서 실업보상을 신청하는데 그러면 공연 관련 일도 소개해줍니다.
실업급여의 신청 기준이나 지급 기준은 어떤가요?
1년에 507시간 일을 해야 실업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요. 유명하고 작품을 많이 하는 프로페셔널은 507시간을 충분히 채울 수 있지만 젊은 배우들은 이벤트 형식의 작품을 하는 등 고군분투합니다.
협회에 등록한 단체와 계약한 경우에만 ‘엥떼르미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모든 계약이 신청 대상이 아닌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랑스에서는 연습 시간 1시간에 7~8유로 정도의 최저 급여를 단체가 보장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불법이에요. 이 말인즉슨, 극단의 급여 지불이 정부 입장에서 투명하게 잡힌다는 뜻이고, 그만큼 세금을 내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세금은 수익 뿐 아니라 고용에 대해서도 발생하는데 100만 원에 한 사람을 고용하면 아마 한 70만 원 정도를 고용 관련 세금으로 낼 거예요. 배우가 고용 계약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했을 때, 단체가 낸 세금으로 실업보상금을 주는 것이죠. 그러니까 정부에 등록된, 고용 관련 세금을 납입하고 있는 단체와의 계약만 ‘엥떼르미땅’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에요. 단체의 책임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완전히 달라요.
다국적 극단 Made the World Over Theatre 상임연출가 김정주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