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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8 2017. 9 로고

예술인복지뉴스

기획 예술인과 법

예술인에게 법이 필요한 순간

2017. 9
감수: 박경신 (아트로센터 디렉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예술활동을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예술인에게도 법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활동을 하다 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당황하지 말고 조금만 알아보면 법은 그렇게 어렵거나 멀리 있지 않다. 단, 충분한 경험이 없다면 주변 지인의 충고나 인터넷 검색만으로 섣불리 해결하는 것보다는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법률지원을 통해 전문가의 조언과 검토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계약 체결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하게 됐는데, 그냥 도장만 찍으면 되나?

예술인에게 계약은 새로운 예술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어떻게 보면 가장 기쁜 소식 중 하나이다. 그래서 계약서의 구체적인 조건을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제안을 수락하며 도장을 찍는 경우가 많다. 혹은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은 채 진행을 하다가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일도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에는 법적으로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의 사실관계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술인 복지법에서는 예술인과 계약을 체결할 시 계약금액을 비롯하여 6가지 항목이 명시된 서면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가급적 전문가의 검토를 받고, 법률전문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음의 체크리스트(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3 참조)를 참고하여 다시 한 번 내용을 검토하기를 권장한다. 기쁨은 잠시지만, 계약서는 영원하다는 것을 유념하자.

계약서 체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영욱 변호사의 만화로 보는 저작권 이미지 출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블로그 blog.naver.com/kawf486
해외계약 체결 시 유의점

국가마다 계약과 관련된 법률의 내용이 다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마다 법이 다르며 계약 위반 시 소송을 할 수 있는 공소시효도 주마다 다르다. 따라서 계약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어느 나라, 어느 주의 법률을 적용할지, 어디에서 소송을 제기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저작권법이라 하더라도 국가마다 내용이 다르다. 가령 미국 저작권법은 우리나라와 달리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저작권이 등록되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

계약서 작성 체크리스트(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3 참조)
계약 금액 는 필수체크사항
계약 금액은 총 얼마인가?
계약 금액의 지급 방식과 지급 시기가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는가?
일괄지급, 선급금/중도금/잔금, 시급/주급/월급, 스케치단계/채색단계
계약 금액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인가?
예술인이 실비변상적 비용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가?
출장여비, 제3자의 저작물 사용료, 인쇄비, 모형제작비 등
계약 금액 이외에 성과보수가 별도로 지급되는가?
계약 기간·갱신·변경 및 해지에 관한 사항 는 필수체크사항
계약이 효력을 갖는 기간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는가?
계약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짧지 않은가?
계약 기간 만료 이후 계약이 자동 갱신되는가?
계약 체결 후 사정이 변경된 경우 계약서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가?
계약이 지속되지 못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예술인이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수 있는가?
계약 당사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 는 필수체크사항
예술인이 누구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가?
저작재산권은 예술인에게 귀속하는가?
저작재산권이 계약 상대방에게 양도되는가?
전체 양도/일부 양도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계약 상대방에게 양도되는가?
계약 상대방이 계약 대상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지 않은가?
계약 대상 콘텐츠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귀속하는가?
예술인의 성명/크레딧 기재 방식이 포함되어 있는가?
예술인의 동의 없이 계약 대상 콘텐츠를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가?
계약 종료 시 계약 대상 콘텐츠가 예술인에게 반환되는가?
계약 대상 콘텐츠가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대한 예술인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가?
예술인의 동의 없는 계약서상 권리나 의무의 양도, 이전, 위임을 금지하고 있는가?
계약 상대방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 또는 해제되는 경우 계약 상대방의 손해배상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가?
업무·과업의 내용, 시간 및 장소 등 용역의 범위에 관한 사항 는 필수체크사항
예술인이 중간결과물 및 완성된 계약 대상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 시점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가?
계약 상대방이 예술인이 제공한 계약 대상 콘텐츠를 이용할 의무가 있는가?
계약 대상 콘텐츠의 창작에 있어서 계약 상대방의 검수 의무 및 절차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가?
계약 대상 콘텐츠의 창작에 있어서 계약 상대방의 수정 요구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지 않는가?
예술인이 계약 대상 콘텐츠를 계약 상대방에게 인도하기 전에 보관?관리 의무를 누가 부담하는가?
계약 대상 콘텐츠의 포장, 운송 및 보험과 관련된 책임을 누가 부담하는가?
계약이 적용되는 지역은 국내로 한정되는가?
예술인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부가하고 있지 않은가?
수익의 배분에 관한 사항 는 필수체크사항
계약 대상 콘텐츠의 사용, 재사용 또는 2차적 사용으로 인한 수익 분배율 및 분배 시기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가?
정액/수익의 일정 %
분쟁해결에 관한 사항 는 필수체크사항
분쟁 발생 시 관할 법원은 내가 사는 지역과 가까운가?
계약의 해석과 관련하여 어떤 국가의 법률이 적용되는가?
기타 는 필수체크사항
계약서 작성일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는가?
계약의 효력 발생일은 언제인가?
계약서 사이에 간인이 이루어졌는가?
예술인과 계약 상대방 양측의 서명(혹은 이름을 쓴 후 날인)이 되어 있는가?
계약서는 2부 이상 작성하여 양측이 나눠가졌는가?
저작권과 상표권, 초상권 등 권리문제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했는데 밴드 이름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나?

밴드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면 상표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저작권은 등록하지 않아도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상표는 등록하지 않으면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다만, 내가 만든 모든 상표가 등록되는 것은 아니고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한, 다수로 구성된 밴드의 이름이기 때문에 향후 밴드가 해체되는 경우에는 상표의 사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성원들이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내가 만든 무대 소품을 상품으로 제작, 판매하려고 한다. 유사한 상품이 판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 출시 전에 해야 할 절차가 있는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다면 저작권법상 응용미술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고 디자인보호법상 디자인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디자인보호법상 디자인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특허청에 등록해야 한다.

주의하세요!

캐릭터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캐릭터 자체는 디자인권을 등록할 수 없다. 캐릭터의 디자인권을 등록하려면 하나의 물품에 캐릭터를 입혀 각각 물품마다 디자인권을 등록해야 한다.

예술인의 창작품은 디자인이나 상표로 등록되어 있지 않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유명 영화배우의 얼굴을 작품에 사용해도 되나?

유명인의 경우,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될 수 있다. 초상권은 인격권이므로 남이 함부로 사용하면 정신적인 손해 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하는 게 보통이며 위자료의 경우 배상액이 비교적 크지 않다. 반면 자신의 초상, 성명, 목소리 등을 상업적으로 활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은 통상적으로 재산상 손해 배상을 청구한다. 퍼블리시티권은 통상적으로 유명인에게 인정되지만, 하급심 판결을 보면 일반인에게도 인정한 경우가 있다. 또한,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부인한 판결들도 있으며 현행법상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위자료 배상을 통하여 사실상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판결도 있다.

작품을 도용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표절과 저작권 침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두 작품 간에 실질적으로 독창성 있는 표현이 유사한 경우는 물론,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한 경우까지 폭넓게 표절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는 창작적인 표현을 비교 대상으로 하여, 침해저작물이 피침해저작물을 보고 베꼈다는 근거가 있다고 인정되고, 두 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할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작품이 내 작품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 관련 사례 온라인에서 내가 다른 작품을 표절했다는 비방과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모두 여러 사람 앞에서 또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옮길 가능성이 있는 타인에게 상대방에 대한 기분 나쁜 말을 발설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명예훼손은 어떤 과학적 사실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하며, 모욕죄는 ‘에휴 병X’, ‘무식해 보인다’와 같이 사실적시 없이 상대방에게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추상적인 표현이나 가치판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의 적시가 인터넷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른바 ‘사이버명예훼손죄’가 되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으며, 이를 ‘사이버 모욕죄’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이버 명예훼손’과 달리 ‘사이버 모욕죄’는 아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일반 형법인 모욕죄로만 인정되어 있다. 2016년 대법원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상대방을 험담한 것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으나, 인터넷 공간에서 오가는 많은 종류의 비꼬는 말들이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들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인정되려면 성립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판매대금 관련 등 기타 사례 작품을 판매했지만, 매매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매매대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작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무작정 작품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물건, 기계 등에 관한 외상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매수인이 약정한 날짜에 매수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매도인에게 계약해제를 통지 후 주거 등에 침입하여 일방적으로 물건을 회수하여 가져가는 행위는 절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법원의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판매 업체에 작품의 판매를 맡겼는데, 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판매 업체에 대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나?

작품의 판매를 갤러리와 같은 판매 업체에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라도 민법과 상법에 따라 판매 업체는 일정한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위탁매매인, 즉 갤러리 등 판매를 위탁받은 업체에서 위탁받은 매매를 했을 때에는 바로 위탁자(이 경우는 판매를 맡긴 예술인)에게 계약의 요령과 상대방의 주소, 성명의 통지를 발송해야 하며 계산서를 제출해야 하고, 매매계약의 상대방이 매매에 관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탁매매인이 위탁자에 대하여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작품을 판매하고 받은 대금에 대해서 소득세를 내야 하나?

고용관계 없이 독립된 자격으로 일시적으로 미술품 제작의 용역을 제공하고 받는 대가는 기타소득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용관계 없이 독립된 자격으로 미술품 제작의 용역을 제공하더라도 계속적·반복적으로 용역을 제공하고 받는 대가는 사업소득에 해당한다. 작가가 미술품을 판매하는 경우 구매자가 대가를 지급할 때 기타소득세액 또는 사업소득세액을 원천징수하고 지급한다. 기타소득금액이 연간 300만 원 이하이면서 원천징수된 경우라면 납세자의 선택에 따라 종합과세하거나 분리과세한다. 그러나 사업소득은 종합과세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작업실로 사용할 공간을 임대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데 계약서를 보니 임대료를 2회 이상 연체하는 경우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임대보증금의 10%를 위약벌로 임대인이 가져갈 수 있다고 힌다. 이러한 계약을 체결해도 될까?

위약금과 위약벌을 구분해야 한다. 위약금은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으나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그 금액을 감액할 수는 없다. 다만 위약벌은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된다. 계약서에 '위약벌'이라는 문구가 있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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